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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물가

자녀를 위한 희생의 아이콘

  • 관리자
  • 조회 : 293
  • 2022.05.07 오전 11:52

자녀를 위한 희생의 아이콘

 

  목회자의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加減)하지 않고 전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삶을 통해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말씀도 하나님의 편에서 전해야만 합니다. 목회자가 이미 살아낸 말씀만을 전한다면 영적인 파워(power)는 있겠지만, 설교의 범위가 무척 제한적일 것입니다. 정말 전해야 할 말씀을 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입술을 위해서 기도하며 허락하신 말씀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의 기도와 헌신으로 목회자가 되었지만, 그 부모님을 충분히 섬기지 못하고 어버이주일을 맞아 전하는 말씀이 그렇습니다.

 

  저를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은 누구보다 저를 끔찍하게 사랑하십니다. 세상에서는 그렇게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것도 많지 않으시지만, 저에게 가장 소중한 신앙을 물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삶을 통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의 삶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느덧 제가 목회자로서 부르심을 받고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기도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기도가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으로 어머니께 문득 이러한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목회하다가 하나님께서 먹을 것을 주지 않으시면 어떡하죠?”

하나님께서 굶기시는 분도 아니시지만,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금식하며 기도하면 되지.”

금식하며 기도해도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어떡해요?”

금식 기도하다가 죽는 것도 영광이지. 죽으면 천국인데 뭐가 걱정이니?”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 가능하지만, 세상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는 전혀 대책이 없는 대화입니다. 어머니께선 답변을 통해 한 방향으로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볼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지금까지 세 아들을 믿음 안에서 애지중지 키우며 부모님의 것을 모두 쏟아부으신 그 사랑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장 귀한 음식은 아들들에게 주시고,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남은 음식을 드시곤 하셨습니다. 특히 둘째 아들인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절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조금 늦더라도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시곤 하셨습니다. 당신들께는 인색하여 좋은 옷이나 물건을 사지 못해도 자식들에게는 좋은 것을 사주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머리가 크고 나선 함부로 부모님께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전쟁과 함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시절의 부모님들은 모두가 자녀들에게 희생의 아이콘으로 남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저도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두 아들에게 그렇게 사랑을 쏟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보여주신 사랑의 아주 일부만 전달할 뿐입니다. 내리사랑이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해져야 하는데, 흐릿한 것 같아서 못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아들에게 주는 옅은 사랑을 보니 평생을 아끼고 섬겨주신 부모님의 사랑이 더욱 크게 와닿습니다. 최근에 5분 남짓한 전화 통화에서도 아들의 목회를 응원하면서 좀 더 통화하길 원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아들의 쉼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들립니다. “우리 목사님 바쁜데, 어서 전화 끊어야지.”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부족한 아들 서계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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