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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물가

추억을 소환하다

  • 관리자
  • 조회 : 272
  • 2021.10.08 오전 09:57

추억을 소환하다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1위를 지키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도대체 오징어 게임이 어떤 드라마길래 세계인의 관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을까 궁금해서 몇 가지 관련 영상과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모든 영상을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본 영상에는 저의 어렸을 적 추억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장면과 전혀 새로운 폭력 세계로의 진입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동년배 감독이 제작하고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어렸을 적 놀이였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서, 딱지치기와 구슬치기, 뽑기 등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인 오징어 게임이 압권이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제가 어려서 살았던 지역에선 오징어가이상으로 불렀는데요, 지역마다 놀이 명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놀이인 오징어가이상을 다시 알아보니 오징어개전(開戰)’을 뜻하는 일본말 가이센(かいせん)’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오징어가이상은 보통 바닥 면이 흙으로 된 공터에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이 어울린 오징어 모양의 그림을 그려놓고, 공수 양편으로 나뉘어 공격팀은 오징어 머리에 해당하는 고지를 점령하려 하고, 수비팀은 그것을 방어하며 공격팀을 모두 탈락시켜서 공격권을 되찾으려 하는 게임입니다. 공격팀은 보통 오징어 그림 바깥에선 외발로 다니다가 오징어의 중앙부를 건너면 두 발로 다닐 수 있습니다. 수비팀은 공격팀이 중앙부를 건너지 못하게 방어하면서 동시에 고지를 점령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공수 각 팀의 전략이 중요하며, 팀워크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게임이죠. 게임이 격렬할 때는 옷이 찢어지거나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남자아이들이 함께 추억을 쌓았던 놀이입니다.

 

오징어가이상과 함께 십자가이상, 말뚝박기, 다방구, 비사치기 등의 놀이가 눈앞을 스쳐 가네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대사가 많습니다. 어느 보도에선 오징어 게임이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잔혹성의 수준이랍니다. 이 작품이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보다 더 잔인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계약금을 지불했다고도 합니다. 세상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잔인한 장면이 필요한가 봅니다. 어렸을 적 동심(童心)의 세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잔인함을 마주하고는 이내 어른의 세계가 싫어졌습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넘어진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하지만 세속의 때가 묻은 후에는 넘어진 동료를 오히려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악()이 드러납니다. 함께 가기보다는 혼자 가려고 합니다. 이 세상이 그것을 요구하는 듯합니다.

 

오징어 게임에선 세 차례 정도 기독교와 관련된 장면이 나오는데, 모두 기독교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국민일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기독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이 그렇습니다. 오히려 드라마 속 노인 오일남이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성기훈에게 구슬을 다 잃어주고, 알고도 속아주며 결국 대신 죽어주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모두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향해 달려가는 중에도 오일남은 자신의 것을 모두 성기훈에게 내주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죄로 가득 차서 서로가 죽고 죽이는 세상 속에서도 그 모습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지구촌을 울먹이게 했습니다. 세상은 어둠 속에 있지만,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엿보게 됩니다. 복음대로 살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세상도 외면하지만, 복음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발자국은 오징어 게임 속에서 사람을 살리는 흔적으로 남아야 합니다.

 

담임목사 서계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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